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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허니문스토리

비싼 화장실 [스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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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떠나면 모국이 그리운 수많은 이유가 있다. 공중화장실도 그 이유 중 한 가지에 속한다. 한국에서는 집밖에서도 비교적 깔끔하고 쾌적한 화장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청결성이나 편의성에서 불편을 겪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스위스에서도 예상치 못한 경험을 했다.

 

낯선 스위스를 돌아다니면서 긴장도 하고, 이동하면서 갈증이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갈증을 해소하면 또 생리적 현상이 발생한다. 중요한 건 한국에서 여행 다닐 때를 생각하고 있다가 낭패를 볼 뻔했다. 스위스에서 공식적으로 첫 외식을 했던 취리히의 홀리카우에서 자연스레 화장실을 이용했기 때문일까? 스위스의 공중화장실도 항상 열려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인터라켄으로 이동하기 위해 취리히역의 어느 카페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커피를 마시다가 건물 공용 화장실에 갔는데 충격 받았다. 지하철 탈 때 볼 수 있는 그런 개찰구가 화장실 문 앞에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커다란 철통에는 ‘2스위스프랑이 쓰여 있었다. 볼일을 보거나 잠시 손을 씻으려 해도 2천 원 정도의 돈이 필요했다. 개인적으로 유료 화장실을 이용한 경험이 없어서 적잖이 당황했다. 다행히 급하지는 않았기에 열차 안에서 생리적 현상을 해결했다.

큰돈은 아니지만 왠지 아깝게 느껴졌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하루에 한두 번만 화장실에 가는 건 아니니까. 매번 화장실에 돈을 쓰긴 좀 그랬다. 때문에 가능하면 숙소와 음식점, 열차나 공공시설의 화장실을 이용한 다음 이동하곤 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됐을 때쯤 문득 유료 화장실은 어떤지 살짝 궁금했다. 그리고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아서 풀렸다.

 

먼저 아내가 유료 화장실을 경험했다. 체르마트행 열차를 기다리다가 신호가 온 것이다. 곧 열차에 탈 수 있었지만 속편하게 인터라켄 서역의 화장실을 이용했다. 그곳의 화장실 이용료는 1스위스프랑이었다. 조금만 참을 걸 하는 아내에게 괜찮다고 말하면서 속으로 나의 신체 통제력은 건장하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비록 이틀 만에 그 통제력을 잃었지만.

 

로잔에서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환승할 때였다. 조금만 참으면 쾌적한 숙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나의 신체는 통제력을 급격히 상실하고 말았다. 더 늦기 전에 화장실을 찾았고 무려 2스위스프랑을 내야했다. 이런 경험도 해봐야지라고 말했지만 속이 개운하지만은 않았다. 역시 자만은 위험한 것이고, 화장실은 들어갈 때와 나갈 때가 다른 법이다.

마지막 날에는 공항으로 향하기 전에 취리히역에서 아내와 함께 시원하게 유료 화장실을 이용했다. ‘맥 클린(Mc Clean)’은 화장실, 샤워실, 파우더룸과 수유실(겸 아기 기저귀 교환 공간)로 구성되어 있는 복합공간이었다. 간판에 아예 ‘Safe and clean toilets’라고 써놨을 정도로 청결하고 안전하게 관리되었다. 그 무렵에는 우리가 쓴 4스위스프랑이 아깝지 않았다.

가장 좋은 숙소였던 호텔의 화장실이나 FIFA 세계축구박물관의 재밌는 소변기도 기억에 남지만 역시 직접 돈쓰며 이용했던 화장실과 당시의 상황이 더 기억에 남는다. 한편으로는 여행자의 입장에서 많은 짐을 두고 볼 일을 봐야하니까 유료 화장실을 쓰는 쪽이 마음 편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에는 1스위스프랑에 부들부들 떨지 말자고 다짐했다. 막상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 /스허스: SWISS HONEYMOON STORY에서 부분 발췌, 사진/Lab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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