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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허니문스토리

국제기구가 한자리에 [스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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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국기부터 중립국가의 면모를 드러낸다. 빨간 바탕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정중앙에 자리 잡은 흰 십자를 보면 딱 그렇다. 스위스 같은 작은 나라가 유럽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아 지금의 국력을 키운 것은 분명 대단한 재주다. 중심을 잘 지켜서일까?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제기구의 대부분이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다.

 

 

국제연합(UN),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축구연맹(FIFA)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 본부가 스위스에 위치해있다. 특히, 제네바에 UN을 비롯한 유관기구가 다수 모여 있다. 또 취리히에는 FIFA, 로잔에 IOC 본부가 있다. 우리가 국제기구에 특별한 용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관광지로 삼기에는 신혼여행과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스포츠 분야의 일(FIFA 관련 책도 냈다)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FIFA와 IOC라는 이름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일단 우리가 스위스에서 첫발을 내딛는 곳이 바로 취리히였기에 FIFA 본부까지는 아니어도 FIFA 세계축구박물관은 꼭 들렀으면 했다. 동선도 문제없겠다싶었는데 돌이켜보면 스위스 신혼여행의 시작과 종료를 맞이한 취리히에서 대부분 이동에 시간을 썼고, 제대로 들른 명소는 FIFA 세계축구박물관이 유일하다. 그래서 청을 들어준 아내에게 지금도 고맙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스위스 여행 둘째 날 ‘홀리카우’에서 햄버거를 먹고 FIFA 세계축구박물관으로 향했다. 인터라켄행 기차를 타려면 그렇게 넉넉하지 않은 시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들뜬 기분으로 마냥 좋았다.

 

FIFA 세계축구박물관은 2016년 2월 개관했으며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역대 월드컵을 비롯한 전 세계의 축구 역사와 1,000여점의 전시물을 모아둔 특별한 공간이다. 다채로운 전시물과 함께 회의실, 기념품 판매점과 식당/카페 바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보유하고 있다.

 

축구팬이라면 한번쯤 가보고픈 FIFA 세계축구박물관이기에 일반 입장료가 24스위스프랑(약 2만 8천원)임에도 많은 관람객이 찾고 있다. 제값을 내도 아깝지 않았지만 스위스 패스 소지자는 무료입장이라서 더 좋았다.

 

1층 ‘Planet Football’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던 것은 ‘The Rainbow’라고 명명된 전 세계 축구대표팀(211개국)의 유니폼 전시와 ‘The Timeline’으로 1863년부터 FIFA의 태동배경, 설립, 주요 사건이 한쪽 벽면에 가득 펼쳐졌다.

 

 

특히, 2002한일월드컵은 ‘KOREA REPUBLIC/JAPAN’이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어서 뿌듯했다. 지하 2층 전시관으로 내려가는 길의 벽면에 새겨진 ‘옐로우 카드’, ‘프리킥’, ‘심판’ 등 한국어가 역시나 반가웠다.

 

지하 2층 전시관은 ‘The Foundations’, ‘The FIFA World Cup Gallery’, ‘The Cinema’로 구성되어 있다. 2002 FIFA 월드컵 전시 칸에는 포르투갈 전 결승골을 터뜨린 박지성 유니폼과 ‘골든볼’ 올리버 칸의 골키퍼장갑, 결승전 주심인 피에를루이지 콜리나의 아르헨티나-잉글랜드 전 심판복 등이 놓여 있어서 ‘4강 신화’의 감동을 떠올리게 했다.

 

2층 ‘Fields of Play’에서는 축구가 사회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나타내는 상징물을 볼 수 있으며, 축구와 연관된 사람들의 신기한 이야기도 접할 수 있다. 한층 더 올라가면 박물관 관람의 마지막 순서인 FIFA 세계축구박물관 숍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선물용 기념품도 구입했는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지 몰랐다. FIFA 세계축구박물관이 왜 축구팬이라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인지 확실히 이해했다. 단 한 번의 관람으로는 완전히 만끽하기 어려웠기에 진한 여운이 남았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빠져나가야 했다.

 

 

로잔은 그야말로 올림픽박물관을 위해 굳이 방문했다. 에어비앤비로 묵었던 예술가 부부의 집도 좋았고 시원하게 펼쳐진 레만 호수 너머로 보이던 프랑스의 어딘가가 인상적이었던 로잔. 그럼에도 로잔은 IOC와 올림픽의 도시로 더욱 유명하다.

 

3층으로 구성된 올림픽박물관은 전 세계, 남녀노소 구분 없이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명소다. 그럼에도 함께해준 아내에게 또 한 번 고마웠다. 이곳 역시 성인(개인) 기준 18스위스프랑(약 22,500원) 정도의 입장권을 구입해야하는데 우리는 스위스 패스가 있어서 무료 발급받았다.

 

 

첫 전시관은 ‘올림픽월드(The Olympic World)’다. 고대 올림픽의 기원과 근대 올림픽을 주도한 피에르 드 쿠베르탱의 기념물·기록물, 역대 올림픽 관련 물품을 볼 수 있었다. ​특히, 1988 서울하계올림픽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기록물과 성화봉, 마스코트 인형을 보니까 괜히 반갑고 자랑스러웠다.

 

다음 전시관(The Olympic Games)은 올림픽 세레모니와 올림픽게임(패럴림픽 포함)에 관한 곳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여러 나라의 다양한 올림피언 이야기와 기념물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역시나 한국 관련 콘텐츠에 눈길이 갔다.

 

이어진 전시관(The Olympic Spirit)은 올림픽정신을 표현하고 있었다. ​올림픽정신하면 떠오르는 가치는 아마추어리즘, 도전과 경쟁, 페어플레이 같은 것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전시관에서는 평화의 이념을 강조하고 있었다. 가령,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이하여 이뤄진 올림픽 한반도 선언과 남북 공동입장,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등을 큰 비중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또 2012 런던하계올림픽 때 만들어진 휴전벽도 수많은 올림피언과 관계자의 서명으로 올림픽의 평화추구를 지지하고 있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 평창과 강릉을 오가며 경험했던 감동이 다시 떠올랐다. FIFA 세계축구박물관도 그랬지만 올림픽박물관도 너무 좋았다. 그제야 아내도 나처럼 좋은 구경을 했다고 생각하길 바랐는데 정말 고마운 마음으로 가득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온천에 따라가서 마음을 풀어주긴 했지만 레만 호수보다 넓은 그 마음을 칭찬하고 싶다.

 

신혼여행 가서 원하는 행선지가 달라서 다투는 경우도 많다던데 머리, 아니 마음을 잘 쓰자. 상대방이 고마운 마음을 안고서 한국에 돌아가면 평생 써먹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취리히, 로잔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해준 아내의 모습이 더 많이 떠오른다.

 

 

+ 글/「스허스: SWISS HONEYMOON STORY」에서 부분 발췌, 사진/Lab912

 

http://www.bookk.co.kr/book/view/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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