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위스허니문스토리

기차타면서 멍 때리기 [스허스]

728x90
반응형

 

커다란 짐 가방을 들고 거의 매일같이 다른 곳으로 옮겨 다니기란 생각 이상으로 지치는 일이다. 신혼여행자도 마찬가지다. 짧은 기간에 많은 명소를 둘러보고 싶은 마음은 똑같지 않을까?

 

물론 우리는 결혼식 직전까지 각자의 일 때문에도 지쳐있었고, 신혼여행에서는 최대한 여유 있게 즐기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었다. 그래서 여행지도 스위스 한곳으로 한정했고. 대신 스위스 안에서는 가고 싶은 도시를 최대한 다녔다.

 

 

각 도시에서도 주요 명소를 다니다보면 피로가 누적되곤 했지만 그래도 자꾸 옮겨 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스위스의 철도망이 매우 잘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역 간 이동에 가장 정확하고 효율적인 교통편이었다. 큰마음 먹고 구입한 스위스 패스 덕분에 200% 활용한듯하다. 처음에는 1인당 50만원에 가까운 금액이 부담스러웠지만 구입하길 정말 잘했다(체르마트-고너그랏행 열차표는 별도 구입).

 

 

무거운 몸과 짐을 끌고서 기차에 타면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일단 스위스 기차의 좌석 시스템이 좋았다. 1등석은 지정석인 반면, 2등석은 자유석이라서 취향 따라 다양한 모양의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둥글게 앉는 좌석도 있었고 마주보는 2인석,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 좌석도 있었다.

 

늘 자리는 여유로웠다. 짐 가방은 따로 보관하는 공용공간이 있었는데 매번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도난에 신경 썼지만 과민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무 문제없었다. 그럼에도 항상 조심해야겠지만 스위스는 기차뿐 아니라 거리에서도 안정감이 느껴진 곳이었다.

 

스위스 기차에는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석과 승강장비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기차의 빈공간은 이따금씩 유모차로 채워지기도 했다. 조금 신기했던 부분은 여성 보호자 혼자서 어린애 둘과 유모차를 끌고 여유롭게 타고 내리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본 것이다. 우리나라 기차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광경이다. 그 정도로 스위스 기차는 이용하기 편리했다.

 

 

스위스 기차가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창밖에 펼쳐지는 멋진 풍경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5월의 녹음으로 뒤덮인 산이 펼쳐지다가 하얗게 눈 덮인 산으로 바뀌기도 하고, 푸른 호수가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질 때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특히, 마테호른에 오르는 기차를 타고서 서서히 열리던 겨울왕국의 감동과 눈 호강은 잊히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따뜻한 커피와 시원한 캔맥주를 바꿔가며 홀짝일 때는 기차여행의 맛을 배가시켰다.

 

 

그러고 보면 안정감 있는 기차 내부와 외부의 멋진 풍경 때문에 멍하니 있을 때도 많았다. 사실 낯선 여행지에서 긴장을 풀고 멍하니 있기란 쉽지 않다. 물론 든든한 동반자가 함께한 까닭도 있지만 스위스 기차 특유의 안정감 혹은 여유로움이 한몫했던 덕분이다.

 

내려야 할 역을 상기하는 정도 말고는 편안한 마음으로 창밖을 응시했다. 나는 일부러 유심 칩을 구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마트폰도 볼 일이 없었다. 한국이었다면 잠시라도 가만있지 못했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심신의 휴식을 취한 뒤 목적지에 내릴 때면 새로운 출발을 할 설렘과 의욕으로 충만했다.

 

 

+ 글/「스허스: SWISS HONEYMOON STORY」에서 부분 발췌, 사진/Lab912

 

http://www.bookk.co.kr/book/view/8190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