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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허니문스토리

인종차별 논란 [스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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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스위스, 넓게 보면 첫 유럽여행을 앞두고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바로 인종차별이다.

 

유럽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여러 가지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꼽는다면 나는 지성과 교양을 꼽았다. 머나먼 과거부터 찬란한 문화유산을 만들어 인류에 기여했으며, 지금도 사색과 독서를 즐기는 유럽인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런 편견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그랬다.

 

반면, 부정적인 이미지 중 한 가지는 인종차별이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세계대전의 참상도 그와 연관 있으며, 오늘날 실업, 난민 등 여러 사회문제에 대한 분풀이를 인종차별로 표출하는 유럽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럽 문화를 대표하는 축구를 보면 경기 중 흑인 선수에 대한 관중이나 타 선수의 인종차별적 조롱과 야유가 쏟아지는 상황이 지금도 발생한다. 독일축구대표팀에서는 아예 흑인 선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공공연한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명 선수인 메수트 외질은 독일과 터키의 이중국적을 갖고 있는데도 인종차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독일축구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유럽축구리그에서 이름을 알린 손흥민 선수도 인종차별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이따금씩 유럽에 거주하는 한인이나 한국인 관광객이 인종차별을 당한 뉴스를 접했기에 언젠가 유럽여행을 간다면 조심해야겠다는 인식이 박혀있었다. 더군다나 귀한 신혼여행을 망칠 수 없었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서 아내를 지켜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온 사건이 유럽 땅을 밟자말자 터졌다. 우린 인천에서 취리히로 가는 여정 중 파리에서 환승을 했다. 환승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짐 가방을 찾자말자 뛰다시피 이동했다. 그 와중에 공항에서 파는 마카롱을 프랑스까지 왔는데 맛봐야 한다며 급히 구입했다.

 

사실 대학 새내기 시절부터 나에게 유럽여행은 곧 프랑스 파리행을 뜻했다. 막연히 에펠탑과 쎄느강에서 바게트를 뜯으면 낭만적이겠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그런 파리를 비록 샤를드골국제공항 안에서라도 잠시 느끼고 싶었다.

 

좋은 감정으로 환승 수속을 하는데 출입국관리 직원이 퉁명스럽게 여권을 되밀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라서 내 인적사항이 나온 쪽을 다시 보여줬더니 덮개를 벗기라는 뜻 같았다. 그래서 인적사항 및 출발지 등이 잘 보이게 한쪽 덮개만 벗겨서 다시 줬는데 그걸 던져버렸다. 순간 당황스럽고 불쾌했지만 꾹 참고 여권만 내밀어 겨우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한 내 잘못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시종일관 스마트폰의 방송영상을 보면서 불친절하게 응대했다. 나로서는 차별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항의하고 싶었으나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시간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자칫 모든 일정이 흐트러질까봐 속으로 삭였다.

 

어쨌든 낭만의 도시 파리는 달콤한 마카롱 맛과 달리 출입국관리 직원 한명으로 인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유럽의 인종차별은 언제든지 우리를 괴롭힐 수 있겠다는 확신이 굳어진 채 취리히에 도착했다. 모든 게 낯선 스위스의 도시를 이동할 때마다 긴장감이 가득했는데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편안한 상태가 됐다.

 

 

스위스에서는, 적어도 신혼여행 기간에는 조금도 차별이나 불쾌한 대우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역시 중립국가라서, 전 세계인이 모이는 나라인 까닭에 그런 건지 감탄할 정도였다. 체르마트 꼭대기에 있는 음식점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때는 쉐프들이 먼저 밝은 표정으로 촬영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 길을 묻거나 사진 촬영을 부탁했을 때 친절하게 대해준 행인(이 책의 멋진 표지를 장식한 원본 사진 역시 이름 모를 행인의 작품이다!), 에어비앤비 호스트, 여러 점원 모두 친절했다. 굳이 흠을 찾아낸다면 제네바 노트르담 성당에서 제공하고 있는 미사 안내지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한국어판이 없어서 조금 아쉬운 정도?

 

딱히 스위스에서 인종차별로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나중에 알아보니까 우린 운이 좋은 편이었다. 스위스도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경험만 놓고 보면 스위스에 다시 가고 싶고, 프랑스는 환승조차하기 싫다. 모든 종류의 차별이 사라지면 좋겠다.


 

+ 글/「스허스: SWISS HONEYMOON STORY」에서 부분 발췌, 사진/Lab912

 

http://www.bookk.co.kr/book/view/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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