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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허니문스토리

옥의 티 흡연문화 [스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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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명소를 다닐 때마다 좋았던 건 멋진 풍경과 잘 어울리는 맑은 공기 때문이었다. 스위스에 가기 전 5월 중순의 한국은 덥고 습했다. 또 미세먼지의 습격 때문에 전국이 괴로워했다. 그래서인지 스위스의 공기가 유난히 더 좋게 느껴졌다. 특히, 눈꽃빙수 같은 체르마트 설산의 가슴 뚫리는 공기와 인터라켄 목장의 평온한 공기는 한국에 돌아갈 때 산소통에 담아가고 싶을 정도였다.

 

 

스위스의 상쾌함을 만끽하다가 치명적인 공해를 발견했다. 스위스인의 흡연문화였다. 대중교통 승강장이나 식당, 카페에서 너도나도 담배를 폈다. 외부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재떨이나 담배통이 기본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로이커바트의 호텔에서는 일반 담배와 전자 담배를 판매하는 자판기를 보면서 신기했다.

 

 

다들 어찌나 담배를 많이 피는지 스위스의 맑은 공기가 싫어서 단체로 오염시키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우리는 비 흡연자인데다 간접흡연에 대해서 부정적인 편이다. 물론 흡연 자체는 개인의 자유다. 개인이 담배를 즐길 수는 있지만 타인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 그것이 하나의 사회통념으로 자리 잡았고 흡연에 대한 법제도 역시 많이 생겨났다. 스위스의 사정까지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흡연자에게 천국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충격적인 흡연 장면을 두 번 목격했다. 한 번은 제네바에서 프로축구를 보러 갔을 때 봤다. 마침 지역 연고의 세르베트FC가 2부리그 최종전을 치렀고 우승까지 확정지은 상황이었다. 화창한 날씨에 들뜬 관중들과 함께 흥겨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경기를 중간만 보다가 빠져나왔다. 관중석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좌석의 여유가 있어서 자리를 바꿔 앉기도 했지만 바람을 타고 담배 연기는 끝까지 쫓아왔다. 진짜 참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도망치듯 나갔다. 아무리 실내가 아닌 개방된 장소라지만 축구장에서 경기를 보면서 담배 피는 장면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다.

 

또 한 가지는 어느 시내 중심가에서 겪었다. 많은 인파 속에서도 눈에 딱 들어온 가족이 있었다. 젊은 부부가 유모차를 끌고 가면서 흡연 중이었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지나치는 행인은 물론이고 자신의 아이마저 간접흡연에 노출되는데 개의치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간접흡연으로 노출되는 유해물질은 수천가지이며, 발암성물질도 포함되어 있다. 어린 아이일수록 피해는 더 커진다. 또 부모를 보면서 자녀도 자연스레 흡연문화를 배우지 않을까? 개인의 자유를 떠나서 시민이자 부모로서 너무 무책임한 행동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스위스의 흡연문화가 안타까웠다. 거의 모든 게 좋았던 스위스지만 그 부분만큼은 다시 생각해봐도 확 깬다. ‘옥의 티’ 같은 스위스 흡연문화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는지 궁금하다.

 

 

+ 글/「스허스: SWISS HONEYMOON STORY」에서 부분 발췌, 사진/Lab912

 

http://www.bookk.co.kr/book/view/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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