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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허니문스토리

에비앙으로 끓인 컵라면 [스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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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생수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제주삼다수나 평창수를 주로 고른다. 그때마다 슬쩍 보이는 에비앙은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격도 국산 생수보다 2배 정도 비싸다. 알프스 빙하수로 만든 프랑스 생수인 에비앙은 원산지의 이미지 때문인지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사실 맛의 차이는 크게 모르겠다. 어쨌거나 삼다수파인 내가 스위스에서는 에비앙을 줄곧 마셨다.

스위스에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때면 집주인들은 수돗물을 끓여서 마시거나 요리에 활용했다. 특유의 침전물이 있었지만 별 문제없는 듯 그냥 이용했다. 하지만 우리는 생소하기도 했고 생수를 구입해서 마셨다. 컵라면을 먹을 때도 물은 에비앙을 썼다. 맙소사, 살다보니까 에비앙으로 끓인 컵라면을 먹게 될 줄이야. 한국이었다면 컵라면 가격보다 비싼 생수로 먹는 격이었겠지만 스위스는 달랐다.

우선 에비앙 생수의 가격이 저렴했다. 쿱 마트 기준으로 0.90스위스프랑(1,200원 정도)이었는데 스위스의 높은 물가를 감안하면 무척이나 저렴한 편이었다. 거의 현지 상품이나 다름없었던 까닭일까?

반면, 한국 컵라면의 현지 가격은 훨씬 비쌌다. 신라면 큰사발이 약 3,700원 정도였으니까. 스위스의 물가와 한국의 맛이 고플 것을 감안해서 신라면과 새우탕 컵라면을 미리 구입해 신혼여행 길에 올랐다. 그래서 매일 아침이나 저녁 식사 때 컵라면을 한 두 개씩은 꼭 먹었다. 즉석 밥이나 빵을 곁들이기도 하고 볶음김치와 먹었을 때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나름 계획한대로 컵라면과 다른 먹거리를 정리하고 귀국 길에 올랐을 때 쾌재를 외쳤지만 환승 공항에서 결국 컵라면을 사먹고 말았다. 한 개당 대략 6천 원짜리 컵라면이었다. 그것도 작은 사발로! 비싸서 그랬는지 정말 속이 느끼함으로 가득차서 그랬는지 맛은 좋았다. , 한국에서 파는 컵라면 건더기의 양질이 다르기도 했고.

하지만 스위스에서 경험한 최고의 컵라면은 따로 있다. 알프스의 준봉이라는 마테호른에서 나눠 먹은 신라면이다. 마테호른에 가면 레스토랑과 기념품점이 있는데 신라면 컵라면도 따로 판매할 정도로 인기상품이다. 1만원(당시 7.80스위스프랑)에 달하는 가격과 ‘Spice up, your life!’라는 광고문구가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젓가락과 뜨거운 물도 별도 구입해야한다.

우리는 컵라면과 젓가락을 미리 준비했는데 온수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레스토랑에서 다른 음식을 구입하면서 덤으로 받았다. 온통 새하얀 설산으로 둘러싸인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맥주로 입을 적신 다음 힘껏 빨아 당긴 면발의 짜릿함은 잊을 수 없다. 서늘한 알프스의 공기와 함께 마신 따끈 얼큰한 국물은 또 어떻고. 어쩌면 그때 받은 물이 진짜배기 에비앙이 아니었나싶다.

 

+ /스허스: SWISS HONEYMOON STORY에서 부분 발췌, 사진/Lab912

http://www.bookk.co.kr/book/view/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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