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린 북>은 비행기 안에서 추천받아서 우연히 봤다. 영화를 고르던 중 포스터만 봤을 때는 전혀 끌리지 않았는데 막상 보니까 너무나 좋았다. 그 뒤로 TV에서 방영할 때마다 매번 끝까지 본 것 같다. 지난밤에도 그랬다. 자기 전에 누워서 TV를 보다가 그만 <그린 북>을 다시 만나고 말았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들었지만 기분은 역시나 좋았다. 이 영화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워낙 좋은 후기가 많아서 개인적인 관점에서 몇 가지 이야기를 뽑아봤다.
[사랑]
<그린 북>을 자꾸 보면서 가장 좋은 부분은 주인공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의 가족애다. 가족을 위해 힘든 일도 묵묵히 해내는 듬직한 남자인데 거침없는 입담과 싸움 실력에 반해 순정파다. 유흥업에 종사하면서 한눈팔거나 불법적인 일에 현혹되지 않는다. 아내 돌로레스와 아이들에 대한 사랑도 돋보이는데 특히 편지가 그렇다. 8주간의 여정 중에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는 단조롭지만 아내에 대한 사랑을 솔직하게 잘 드러낸다. 추신으로 꼭 아이들에게 대신 뽀뽀를 해달라는 남기는 부분도 미소 짓게 만든다.
[편견과 차별]
인종차별이 여전하던 1962년의 미국.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는 뉴욕에서 호의호식할 수 있지만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금이나마 바꾸기 위해 남부로 순회공연을 떠난다. 스스로 이야기하듯이 흑인도 백인도 아닌 돈 셜리는 평정심을 잃기도 하지만 토니 발레롱가와 함께 위기를 극복한다. 토니 발레롱가도 흑인에 대한 편견이 강한 인물이었다. 그의 집을 찾은 흑인 기술자에게 돌로레스가 내준 음료수 잔을 토니 발레롱가는 몰래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랬던 토니 발레롱가도 이탈리아인이라며 비아냥거리는 말에 주먹을 날린다. 돈 셜리와 함께 하는 여정을 통해 특정 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함께 겪은 토니 발레롱가는 생각을 달리하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가족친지가 모인 식사 자리에서 누군가 흑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자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가 편견과 차별을 겪는다면, 혹은 누군가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을 목격한다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야 한다. 돈 셜리가 보여줬듯이 품위를 잃지 않되 단호하게.
[변화]
살다보면 ‘네가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질 것 같으냐?’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토니 발레롱가처럼 자신이 바뀌고 또 주변인을 변화시킨다면 더디게라도 사회까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편견과 차별이든 무엇이든 말이다. 돈 셜리는 토니 발레롱가가 더 품위 있는 사람이 되도록 고양시켜주었다. 토니 발레롱가의 거친 입담을 조금 더 생각하고 말하게 해줬고, 글 솜씨를 다듬어줬으며, 피아노 연주의 매력을 알게 해줬다. 마지막에는 토니 발레롱가가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하는 돈 대신 편견과 차별에 맞서는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돈 셜리가 위험천만한 남부 투어에 나선 대의를 듣고나서 감화된 까닭이다. 하긴 그의 선택을 따르겠다고 말한 돈 셜리도 큰 변화를 보여줬다. 토니 발레롱가의 솔직하고 인간미 넘치는 부분에서 신뢰감과 우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은 흑인 전용 클럽 바에서 식사를 해결하는데 돈 셜리는 전용 피아노도 없는 상태에서 격의 업이 즉흥 연주를 뽐내며 즐거워한다. 또 토니 발레롱가의 가족애는 자기 주관이 명확한 돈 셜리의 마음을 흔들고 또 열게 만든다. 먼저 연락하기 두려워서 멀어진다..는 말이 돈 셜리의 멀어진 동생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변화시킨다. 사람이 참 변하기 어려운데 두 사람이 보여준 각자의 변화는 정말 좋은 예시다.
[발레롱가]
<그린 북>은 실화 소재의 영화이다. 토니 발레롱가의 아들인 닉 발레롱가가 제작자이자 각본 작업에도 참여해서 사실감을 극대화했다. 토니 발레롱가 역을 맡은 비고 모텐슨이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이라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 전혀 눈치 채지 못했기에 너무 놀랐다. 일부러 살을 많이 찌웠다는데 영화에서도 엄청 잘 먹는다. 토니 발레롱가의 실물 사진을 보면 식성이 좋게 보인다. 극중에서 비고 모텐슨의 먹는 연기가 정말 탁월하다. 샌드위치, 피자, 후라이드치킨, 미트볼 스파게티 등 여러 가지 음식을 푸짐하게 해치운다. 특히, 담배 피면서 먹는 연기가 진짜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돈 셜리와 함께 운전 중에 먹던 원조 켄터키후라이드치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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