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됐다고 비싸다고 다 맛있는 술은 아니다. 하지만 발렌타인의 경우 17년산부터 21년산 그리고 30년산까지 차례대로 마셔봤을 때 점점 더 좋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위스키를 제대로 접한 건 발렌타인 17년산 때문이었다. 첫 직장에서 외국 출장 때 면세점에서 그냥 그래야 한다고 들은 게 있어서 구입했었다. 그때는 독하게만 느껴서 몇 잔 마시고 오랫동안 보관 중이었다.
훗날 위스키 맛을 알게 된 뒤에 문득 생각나서 꺼내 마셨다. 이후 몇 번 더 면세점을 이용하거나 지인을 통해 구입했는데 병의 레이블이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 큰마음 먹고 시도해본 21년산. 17년산에 비해 더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다. 고급스러운 느낌도 컸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술을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소주를 즐겨 마신다.
그래서 발렌타인 21년산의 가격이 만만치 않음을 잘 안다. 위스키가 입에 맞지 않은 누군가는 왜 굳이 큰돈을 쓰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나도 자주 마시지는 못하고 한 번씩 면세점을 활용하는 정도이다. 그리고 그 맛과 가치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가끔씩은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처럼 여긴다.
언젠가 30년산도 꼭 맛보고 싶었는데 가격이 너무 확 뛰어서 면세점을 이용해도 부담스러웠다. 그러던 참에 드디어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게다가 평범한(?) 30년산이 아닌 20년 더 묵은 발렌타인이었다. 사연을 요약하면 술을 안 좋아하는 부부가 신혼여행 다녀오면서 그래도 왠지 고급 위스키 하나는 사둬야할 것 같았단다. 그리고 쭉 보관만 하다가 꺼낸 것이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말이다. 물론 꺼낼만한 또 다른 사연이 있지만...그건 비밀.
상자부터 레이블까지 오래된 유물에서 풍기는 특유의 느낌이 가득했다. 이거 마셔도 될까? 솔직히 처음 든 생각이지만 매력적인 향기가 곧 입으로 가져가게 만들었다. 입에 잠시 머금었다가 꿀꺽. 첫 잔은 속이 금방 화끈거렸다. 그리고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발렌타인 향. 둘째 잔부터 30년산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21년산을 처음 마셨을 때처럼 30년산은 이전보다 더 부드럽고 감미로운 맛을 선사했다.
이 발렌타인 50년산(?)에 담긴 이야기도 재미있어서 위스키와 함께 음미했다. 그것을 마신 장소와 함께 마신 사람들도 잊을 수 없을 듯하다. 발렌타인 30년산을 처음 마신 날이니까. 고맙게도 위스키를 모두 마신 뒤에 병과 상자를 가져올 수 있었다. 잘 보관하며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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