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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연구

이기적이지만 사랑스러운 고양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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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겨울이 맞닿는 시점이었다. 길을 지나다 발견한 고양이 네 마리.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움츠렸지만(이런 자세를 식빵 굽는다고 하던가) 또 오후의 햇살을 나름 즐기며 졸고 있었다.

 

귀여워라.

 

맨 앞에 있는 녀석은 계속 혀를 빼꼼 내밀고 있어서 신기했다.

 

흐뭇하게 사진을 찍다보니까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길 위에 고양이는 추위 그리고 배고픔과 싸워야한다. 평화로워 보였지만 서서히 어둠이 깔리면 치열한 생존을 위해 날카로운 눈을 빛낼 것이다.

 

겨울철에는 길냥이의 식수가 생각보다 큰 문제라고 한다. 사람이 하루에도 수시로 수분을 보충하듯이 고양이도 마찬가지인데 길거리에서 이것 저것 주워 먹다보면 염분 섭취가 많아져 물이 더욱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깨끗한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받기 어려워 속앓이를 하다가 떠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안타까운 마음만 안고 돌아서야 했다. 볼 때는 참 좋은데 요즘은 자꾸 마음에 걸린다.

 

나에게도 반려동물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금도 옷에 털 묻는 게 싫은데 여러 가지 이유로 집에 반려동물을 들이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사람 일은 참 모르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색의 옷을 입은 고양이 녀석. 예쁘게 생긴 미묘인 건 인정. 대신 싸가지가 없고 이기적이다. 배고프거나 애정이 필요할 때는 자꾸 질척댄다. 계속 애틋하게 울어대서 신경 쓰인다. 그러다가 필요한 게 충족되면 휙 가버린다.

 

나는 집사라는 말을 싫어한다. 먹고 자고 멍하니 있고 다시 반복하는 고양이 주제에! 사실..부럽기도 하다. 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데 넌 내일의 걱정이 없겠지. 어디서 봤는데 그래서 반려동물은 행복하단다.

 

가끔 한 곳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으면 뭘 보는지, 무슨 생각하는지 너무 너무 궁금하다.

 

 

자주 질척대며 귀찮게 하고 이기적인 고양이..그런 녀석을 좋아하게 됐다.

 

이게 다 정 때문이다. 고양이는 존재 자체로 사랑스럽다는 말을 부정하다가 결국 받아들이고 말았다. 집에 들어갈 때 냐옹하며 마중 나오는, 모닝콜처럼 아침마다 놀자고 잠 깨우는, 쓰다듬으면 행복해하는, 내게 여유를 주는 너 때문이야. 사랑스러운 고양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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