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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프리티 랩스타2 1:1 배틀 – 11인의 여자 래퍼, 내가 너희를 판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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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 언프리티 랩스타2는 기대가 컸다.

 

2명의 래퍼가 영구탈락하는 미션으로 1:1 배틀이 펼쳐졌다. 실시간 온라인 생중계로 투표가 이뤄졌던 까닭에 훨씬 전에 공연 장면이 선 공개된 바 있다(결과는 몰랐음).

 

당시의 공연을 봤을 때 애쉬비와 안수민에게 매료되었었다.

 

DJ Drama의 So Many Girls를 비트로 대결을 펼친 애쉬비와 길미. 둘 다 잘했지만 애쉬비 특유의 건들거리며 툭툭 던지는 랩이 묘하게 끌렸다. 특히, “레쓰고오오오오”하는 부분이 까닭 모르게 좋았다. 마치 시즌1의 “브이뿌이뿌이~~~”의 중독성과 비견되는 정도.

 

안수민은 트루디를 상대로 에픽하이의 본 헤이터 비트 위에 멋진 래핑을 선보였다. 그녀의 재기발랄한 퍼포먼스와 랩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모든 래퍼가 트루디 처럼 할 필요는 없다. 다소 아이돌스러워 보인다는 안수민의 퍼포먼스도 그녀의 재능이기에 발전시켜나가길.

 

그런데 막상 방송(편집영상)으로 본 두 래퍼의 파트는 너무나 짧게 나왔고 부족해보였다(다시 보고싶던 장면 모두 편집).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 시리즈를 처음부터 봐왔지만 편집의 힘은 실로 엄청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방송을 본 시청자는 ‘떨어질 만하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인터넷 투표가 좌우하긴 했지만 정확히 잘한 래퍼가 살아남았다고 인정하긴 어렵다. 높은 득표를 기록한 유빈도 팬덤의 영향을 인정했다. 그녀는 예지, 수아와 대결을 펼쳤다. 사실 언랩2를 통해 가장 득을 본 인물은 유빈이 아닐까. 원더걸스의 멤버로 인식되던 그녀는 싱글 래퍼로서 제대로 자리매김했다. 정말 잘하고 강해 보인다. 어제 방송에서는 처음으로 실수를 하긴 했지만 시종일관 의연하고 매섭다.

 

“크레이지 독!”을 외친 예지는 속된 말로 개반전 무대를 선보였다. 그동안 부진했었지만 독기를 품은 랩으로 안수민과 애쉬비를 먼저 보내고 잔류했다. 트루디의 저격수 후보로 급부상할 정도다. 어떤 측면에서는 치타와 닮기도 했다(시즌 1을 내내 장악했던 제시를 치타가 꺾었던 점을 상기하자). 예지가 눈에 띄기 위해서는 표정이 조금만 밝았으면.

 

수아도 가장 훌륭한 무대를 장식했지만 강렬함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음원이나 영상을 다시 찾게 만드는 그런 강렬함. 미성년자다운 기발한 단어와 가사가 무기로 쓰일 수 있다. 육지담이 좋은 예를 보여줬었다.

 

효린과 캐스퍼의 배틀. 드디어 효린이 만회했다. 그녀는 연예계에서 승승장구하던 인물이다. 정말 거침없던 효린에게 첫 실패는 아마도 ‘나는 가수다3’이었을 것이다. 빠른 탈락의 쓴맛을 언랩2에서 다시 맛봤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한 모습이다. 배틀에서 노래와 랩 모두 멋지게 소화해냈다. 아이러니하게도 효린의 언랩2 출연은 잘못된 선택이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말이다. 그녀는 랩도 잘하지만 보컬이 훨씬 뛰어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케이스. 윤미래와 제시는 매우 드문 케이스. 

 

캐스퍼는 정말 아쉽다. 가장 아쉽다. 심사위원 지코가 와일드카드로 살려냈지만 의문이 든다.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게 많은 듯’한 건 맞지만 ‘잠재력이 있을 것’같다는 부분은 글쎄. 다음 무대에서 보여줬으면 한다.

 

키디비가 대결 상대인 헤이즈에게 “말라빠진 게..”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제2의 제시’라고 띄워줬던 헤이즈(실제 그녀는 제시의 광팬)지만 연약해 보인다. 외모는 센 언니지만 무난한 길을 선호하는 듯하다. 가사를 절지 않으려다보니 내용이 유치해진다. 역시 다시보고 싶은 공연이 없다. 1:1 배틀은 키디비 보다 잘했던 것 같은데 결과는 패.

 

키디비는 성격이 좋은 것 같다. 점점 호감형 래퍼로 바뀌고 있다. 중간 나이로써 언니, 동생 래퍼도 잘 아우르는 듯. 처음에는 릴샴의 향기가 풍겼지만 한방이 있는 래퍼 같다. 과도하게 섹시 코드를 어필하지 않는다면 더 도움이 될 듯하다. 제대로 보여준다면 트루디를 무너뜨릴 수 있을 래퍼 중 한명.

 

길미를 처음 봤던 무대가 ‘나는 가수다’였다. 박상민이 부른 ‘내꺼하자’의 피처링이었는데 힘과 흥이 넘쳤었다. 그때부터 각인된 이름이었는데 언프리티 랩스타2에서는 계속 힘들어보였다. 연장자라서 뭔가 더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과 강한 이미지를 고수하는데서 부작용이 발생했다. 솔직히 압도적인 래핑을 보여줄 수 없다면 조금 더 유연해졌으면. 연장자의 강점은 실상 노련함이니까. 송민호를 이긴 베이식이 증명한 바 있다.

 

끝으로 트루디는 공공의 적이 아닐는지. 거만해질 정도로 단연 뛰어나다. 랩 기계 같기도 하다. 그러나 매력이 없다. 계속 언급되는 윤미래와 닮은꼴도 영향을 미친다. 누가 봐도 명백한데 본인만 아니라고 부정한들 달라질까. 설령 언프리티 랩스타2에서 최종 우승자가 되더라도 이후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랩 스타일을 바꿔야한다. 이미 일정한 경지에 이르렀던 랩 스타 중에서도 스타일을 바꾼 사례가 여럿 있다. 윤미래 카피로 불리기에는 트루디의 재능이 아깝다.

 

원래 랩이라는 게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물론 못하는 랩은 있지만). 즉 ‘잘하는’ 영역에서 순위를 매기는 것(평가)이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리스너의 관점에서 좋다, 안 좋다가 갈릴 뿐(판단). 엄밀히 말하면 제시의 명대사 “니네들이 뭔데 날 판단해”에서 판단이라는 단어를 평가로 바꿔줘야 맞다. 판단은 주관적이며 개인의 자유다.

 

참, 가사를 절거나 잊어버리는 것에서 래퍼나 리스너가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그 많은 가사를 정확히 외우는 래퍼가 되려 대단해보인다. 물론 완벽하면 좋지만 실수를 해도 즉흥적인 대처 능력(프리스타일)이 오히려 래퍼를 돋보이게 한다. 또한, 살아있는 음악으로서 랩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런 맥락에서 래퍼가 공연 후 곧바로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면 정말 멋없다. 학예회도 아니고. 

 

+ 포미닛 전지윤의 추가 투입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래퍼로서 그녀의 자질 때문이 아니라 언랩2의 정체성과 룰을 모호하게 만드는 이유 때문이다. 팬덤을 끌어들이려는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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