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엇이든후기보세요 캠페인

젊은 철학도, 세계에 대해 묻다(박정민 지음)

728x90
반응형

 

정민이를 보면 왠지 괴짜의 풍모가 느껴졌다. 수업시간 때 교수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어느 순간 다른 곳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사색에 잠기거나, 록커 같은 머리스타일로 나타나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항상 책에 빠져 사는 모습이나 조용하지만 가끔씩 드러나는 박학다식함도 빼놓을 수 없겠다. 이번에도 그랬다. 작가지망생이었던 정민이의 첫 번째 책이 소설이 아닌 철학 서적이 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솔직히 적지 않은 나르시시즘을 갖고 있는 그의 성향을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인간의 지식, 특히 과학의 불완전성을 지적하며 세계의 진리를 밝히고 있다고 여기는 과학자들에게 ‘소박한 믿음’을 갖고 있을 뿐이라 말하는 당당함이 매력이기 때문이다. 

 

“‘나는 세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것이 제게 가장 큰 질문이므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은 제 인생을 걸만큼 합목적적인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카오스 같은 세상에서 삶의 단편이 아닌 세계의 본질을 관찰하는 대범함. 그리고 아직은 이 땅이 코스모스에 가깝다는 그의 주장에서 안도하게 된다.

 

진리, 모순, 영원, 운명 등에 관한 명쾌한 해설과 ‘무한’과 ‘없음’에 관한 수수께끼를 흥미로운 일화로 풀어나가는 방식을 ‘소설철학’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덕분에 저자의 의도처럼 철학하면 따분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어느새 잊고 몰입하게 만든다.

 

“사유능력을 가진 인간으로 태어나 그러한 자신을 보내준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을 쌓아나가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직면한 현상에 집중해 인간과 유물론의 그림자 속에만 갇혀 있다가 죽는 것이 옳은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분명히 오늘날 대세는 후자다. 이에 반해, 저자는 계속해서 형이상학의 가치를 강조하며 끝내 ‘세계의 비애’에서 통렬히 외치듯 무지한 사람들에 대한 환멸과 안타까움은 긴 여운을 남긴다.

 

그가 존경하는 인물이 성공한 CEO가 아닌 플라톤, 스피노자인 것처럼 어딘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진지한 사유와 철학적 자세가 요즘 시대에는 여유인지 사치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그러나 수많은 또래 청년들이 젊음을 낭비하는 걸 보면 분명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활동일 것이다.

 

이수원 교수님의 추천사처럼 아직 철학적 여정이 끝나지 않은 정민이의 모험이 더욱 넓고 깊게 성숙하길 바라면서 여러분께 일독을 권한다.

 

 


젊은 철학도 세계에 대해 묻다

저자
박정민 지음
출판사
자작나무 | 2010-03-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도대체 세계란 무엇인가?"라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져보...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