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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이면, 『인도, 아름다움은 신과 같아』(이옥순 지음)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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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서 신을 보았어요.”

 

인도의 로맨스 영화 <Match Made in Heaven>에서 나오는 대사다. 제목을 우리말로 하면 ‘신이 맺어준 인연’쯤 되겠다. 처음에는 대사에 담긴 뜻을 영화명처럼 종교적으로만 이해했다. 힌두교의 나라인 만큼 모든 현상과 인과를 신에게 돌리겠거니 생각했는데 『인도, 아름다움은 신과 같아』(이옥순 지음)에서 명확한 이해를 도와줬다.

 

영화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착하고 능력 있지만 모태솔로인 주인공은 한 여인(지도교수님의 딸)에게 첫 눈에 반한다. 그녀는 아름답다. 검고 긴 머리카락, 분홍빛 입술, 하얀 이, 반짝이는 눈. 춤도 잘 추며 당찬 성격의 소유자인데 한 남자를 섬길 줄도 안다. 사랑에 빠진 남자 주인공은 그녀에게서 신을 본다.

 

어쩌면 당연하다. 여주인공의 모습은 정확히 인도의 여신상과 들어맞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인도의 문화는 진(眞), 선(善), 미(美)를 절대자의 속성으로 보았다. 흥미로운 점은 신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관념이다. 물론 여기서 아름다움은 자연미에 가깝다. 환하게 핀 꽃과 나무 같은. 혹은 동트거나 석양지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나아가 세속적인 인간은 자신의 모습을 빗댄 이상형으로서 신을 형상화했다. 그리하여 인도의 여신은 물병 모양의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에 개미처럼 잘록한 허리를 가졌으며 넓적다리는 코끼리 코와 같다. 관능적인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상징이 들어있던 것이다.

 

인도인들이 신처럼 여겼던 아름다움의 가치는 오랜 시간 굳건했다. 그러나 세계화와 함께 급속히 전파되고 있는 외모지상주의는 인도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1994년 인도 출신의 아이쉬와라 라이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미스월드)으로 뽑힌 것이었다. 이후 영화배우로 데뷔하여 슈퍼스타가 된 그녀는 많은 인도 여성들의 롤 모델이 되었다.

 

 

 

 

서구적인 미의 기준을 받아들이며 전통적인 미적 가치는 흔들린다. 단적으로 인도의 미인이 갖춰야할 요건에는 하얀 피부도 포함된다. 실상 가질 수도 가질 필요도 없는 가치에 집착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미용산업만 호황을 누린다.

 

인도가 아름다움을 수입하는 형국이 되었지만 원래는 그 반대였다. 인도의 참포(champo)에서 유래한 샴푸나 타투와 유사한 헤나(mehndi의 일종), 화장술, 각종 장신구 등은 대표적인 수출품으로 볼 수 있다. 인도인의 미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누구보다 치장하는 것을 즐긴다. 아름다워야 신에게 가까워진다는 믿음과 함께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인도의 관습상 짝이 없는 여성은 불안정하고 위험한 존재다. 차별을 받지 않기 위해서 결혼은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이때 예쁠수록 결혼에 유리하며, 지참금을 덜 내도 용서된다고 한다. 과거 인도 여성의 아름다움은 생존과도 연결된 것이었다.

 

오늘날 아름다움이 권력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영화배우 라이처럼 자신을 가꾸며 성공을 열망하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려는 자세는 긍정적이다. 라이 이후 인도 여성들이 세계적인 미인대회를 점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또한 궁극적으로 다수의 남성에게 소비되는 측면에서 씁쓸하다.

 

인류 역사상 예쁜 여자가 가장 많은 시대라지만 불임률도 최고인 까닭은 무엇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머니는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으로 손꼽히지만 이제 그마저도 희미해진다. 달라진 미의 관념은 어느 한쪽이 아닌 우리 모두가 다시금 돌아봐야할 문제이며 책임이다.

 

『인도, 아름다움은 신과 같아』에서도 인도라는 나라에 국한하지 않고 저마다 미의 생존을 위해 전통적인 아름다움, 그 근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 흐름을 전적으로 거스를 수 없겠지만 이 책을 통해 함께 보존해야 할 미의 가치를 생각해봤으면 한다.
  
참고로 저자는 다른 인도 책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에서 우리가 어떻게 ‘신비의 나라’ 인도를 날조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바 있다. 꼭 인도라는 주제가 관심사는 아니어도 당연하게 여기는 ‘사실’의 이면을 살펴볼 수 있는 관점을 얻어가길 바란다.

 

 


글/사진=윤거일(윤거일연구소 소장, '나는 취업 대신 꿈을 창업했다' 저자)

 

 


인도, 아름다움은 신과 같아

저자
이옥순 지음
출판사
서해문집 | 2014-07-2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아시아의 미’는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공유한 문명 자산에 근거...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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