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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진남자 프로젝트

먹진남자 윤거일 부자가 함께한 국일성 이야기 :: 창원 맛집 중화요리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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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소주잔을 부딪치기 시작한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따뜻한 속과 달리 표현이 서투른 아버지는 술의 힘을 빌려 말을 꺼내곤 하셨다. 나는 알면서도 또 왜 그리 싫던지.

 

하긴 당시에는 내가 술을 즐기지 않았으니까. 아니, 아예 마시지 않았다. 어떤 이유로 해서 대학 생활동안에도 술을 가까이 하지 않았는데 20대 후반에 첫 직장에서 그만 술독에 빠지고 말았다.

 

주량을 묻는다면 지금도 소주 몇 병은 ‘먹을 수 있다’ 말하겠지만 평생 술을 ‘마시고 싶은’ 바람이다. 천천히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특정 음식에는 어떤 술이 떠올랐고, ‘좋은데이’와 ‘화이트소주’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술맛을 알게 되니 아버지도 조금은 이해하게 되더라. 쓰디쓴 소주한잔으로 무엇을 달래고 싶었던걸까..잊고 싶었던걸까..

 

어느 늦은 점심시간에 무뚝뚝한 남자 둘이서 국일성에 앉았다.

 

 

 

 

“여기, 라조기랑 쟁반짜장 주세요. 화이트 한 병하고요.”

 

중화요리에 ‘기’로 끝나는 메뉴는 대부분 닭고기가 들어간다. 후라이드치킨에 매콤한 소스를 부은 모양인데 양념치킨과 다른 풍미가 있다. 중화요리 특유의 볶음향이 오랜 여운을 남기고 매콤 새콤한 맛도 좋다. 맛은 좋지만 면류와 달리 요리는 가격이 조금 나가서 자주 먹지 않는다.

 

가끔 아버지를 모시고 기분 낼 일이 있을 때 그곳을 찾는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아버지는 라조기를 좋아하신다. 땡초(청양고추) 마니아인 아버지는 고추와 볶아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매운 맛을 선호하셨다. 땀날 정도로 매운 땡초를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신다며.

 

라조기는 시간이 조금 걸려서 빈속에 소주를 두어 잔 먼저 넣었다. 가끔 아버지와 함께 마시는 낮술(꼭 진한 화이트소주를 드셨다). 씁슬한 그 맛도 참 좋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 더불어 아버지를 알아간다. 지금도.

 

 

 

[먹진남자] 김나는 쟁반짜장 & 라조기 영상 / 아버지께서 뭐하냐며 허허 웃으셨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조기와 쟁반짜장을 모두 비웠다. 계산을 하고서 우연히 듣게 되었다. 국일성이 70여년이나 되었다는 것을. 사장님이 2대째로 가업을 이어받았다고 한다. 내·외부를 깔끔하게 단장해서 미처 연륜을 알아보지 못했다. 역시 깊은 풍미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그리고 아버지랑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올게요, 아버지 모시고.’    

 

 

글/사진/동영상=먹진남자 윤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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