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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옴니버스 에세이 허지웅의 버티는 삶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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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지만 한때 <마녀사냥>을 즐겨봤다.

 

허지웅과 곽정은의 일반인스럽지 않은 매력에 끌렸기 때문이다.

곽정은 씨와 『혼자의 발견』에 대한 생각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길.

 

나는 곽정은이 좋다 ‘위대한’ 혼자의 발견
http://lab912.tistory.com/34

 

두 사람의 공통점은 방송을 통해 유명세를 타고 베스트셀러 작가에 등극했다는 것이다. 실상 오랜 기간 각자의 분야에서 글을 써온 상당한 내공의 소유자임도 유사하다. 그럼에도 막강한 방송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마녀사냥>의 전성기 시절에 내놓은 책들은 일단 잘 팔렸다. 허지웅 씨의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이 대표적이다. 『버티는 삶에 관하여』도 역시 허지웅이 썼다는 것만으로도 독자의 선택을 받았다.

 

흥미로운 부분은 『버티는 삶에 관하여』를 읽은 독자의 반응이 어떨까하는 것이다.

 

 

이 책의 표지 색상부터 의미심장하다. 지나친 생각일까?

 

 

이 책에는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한 허지웅의 입체적인 감성이 드러난다. 사실 그는 자신의 글에서 정치적 성향과 개인사를 솔직하게 표현해왔다. 그 지점에서 일부 안티 팬이 생겨났지만 나는 되려 그런 면이 좋다.

 

허지웅 씨를 진보적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의 본업은 영화평론가다. 최근에는 방송인으로서 활약이 두드러지지만 기본적으로 글장이(칼럼니스트 겸 작가)다. 혹자는 허지웅 씨의 학력과 경력을 따진다. 한데 영화평론가라고 해서 영화 이야기만 하라는 법은 없다.

 

실제 『버티는 삶에 관하여』에는 영화평론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정치와 사회 비판적 이야기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허지웅 씨는 영화에 담긴 정치적, 사회적 은유를 잘 알고 있다. 또 그를 통해 대중에게 시사점과 가치있는 질문을 던진다. 만약 그가 영화의 세계관 안에서만 글을 썼다면 정말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솔직히 소설과 수필을 넘나드는 느낌의 1부(개인사)가 가장 재미있다. 이후에는 조금씩 이야기가 무거워진다. 그럼에도 민감한 사안에서 확실한 입장 표명을 꺼리는 여러 지식인과 달리 허지웅 씨의 태도는 분명하다. 정치뿐 아니라 언론에 대한 쓴 소리도 거침없다.

 

“1/N로 이루어진 집단폭력에 기생하며 그것을 부추기고 모든 사안을 가십화하여 사유가 아닌 충동적 심판질만을 가능케 하는 언론의 저열함” - 187p.

 

“나는 언론인들이 오히려 스스로 언론 엘리트라는 자존심 위에서 글을 쓰고 편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시정잡배 같은 자세로 당장의 광고 한 면과 클릭 수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지금과 같은 불신과 오명을 씻을 길이 없다.” - 228p.

 

 


버티는 삶에 관하여

저자
허지웅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9-26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글쓰는 허지웅""의 에세이""마음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때때로 한 번에 이해가 되지 않는 난해한 글귀(이 부분도 안티 팬의 비판 근거가 된다)가 있긴 하다. 소위 문자 쓰는 표현인데 오히려 명쾌하게 다가올 때도 있다.

 

“진심으로, 진보 왈 보수 왈 정치 가치관이 아닌 실제 계급 정체성, 즉 주머니사정을 좇아 투표하기를 권합니다.” - 180p.

 

“문화콘텐츠를 성공과 시장의 개념으로 접근해선 답이 나오지 않는다. 문화산업은 결단코 순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돈을 버는 건 좋은데, 돈을 벌수가 없다는 것이다.” - 214p.

 

그의 옴니버스식 에세이는 다양한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그의 팬이라면) 이 책의 가장 소중한 부분(핵심!)으로 서문격인 ‘작가의 말’에 표를 던지지 않을까.

 

“마음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가지 버팁시다.”

 

허지웅식 버티는 삶에 관한 해법이다. 이미 시작부터 전부를 옮겨놓았다.

 

‘버티면 뭐가 있는데?’

 

나머지는 인간사의 온갖 추악함과 부조리에 대한 날선 비판으로 드문드문 채워져 있지만 대안까지 요구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건 책을 읽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일단 버티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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