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브리즈번은 뜨겁다.
웃옷을 벗고 조깅하는 남자, 비키니를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여자가 계절을 잘 알려준다. 다행히 해가 지면 그제서야 무더위도 슬그머니 사라진다.
내 생애 첫 호주 여행, 브리즈번에서 가졌던 첫 저녁식사는 무척 로맨틱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브리즈번 강이 내려다보이는 한 시푸드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은 뒤 코스 메뉴를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노을 지는 창 밖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달콤했고 무엇을 먹어도 배부를 것 같았다. 멀지 않은 스토리 브릿지를 자꾸 보니까 문득 낯익은 풍경이 겹쳐졌다. 광안대교가 보이는 해운대였다. 아직 마음은 브리즈번에 도착하지 않은듯하여 혼자 웃었다.
점점 어스레해지는데도 레스토랑은 밝게 불을 켜지 않았다. 식탁 위에 작은 초가 간신히 마주앉은 사람의 얼굴을 비췄다.
기다리던 요리가 식탁 위에 하나 둘 놓이자 혼자의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함께 앉은 이와 대화를 시작했다. 브리즈번에는 어떻게 오게 됐는지, 무얼 하고 싶은지를 묻고 답하며 천천히 식사를 이어갔다.
원래 친하지 않은 사람과 밥을 먹으면서 말을 잘하지 못했던 나다. 하지만 그곳은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를 제공해줬다. 어쩌면 최고의 서비스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림자 같은 외형 대신 서로의 음성과 내면에 귀 기울이면서 점점 몽롱한 분위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디저트로 나온 크림 카라멜을 비웠을 때 한 여름 밤의 꿈에서 깨어났다.
평범한 이야기조차 특별하게 만들어 준 브리즈번 디너.
가족, 친구, 연인 누구라도 좋다. 사무치게 그리워진 내 사람과 꼭 다시 방문하리라는 여운을 남겨놓은 채 이글 스트리트로 나섰다.
글/사진. 먹진남자 윤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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