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덜(?)하지만 감수성이 충만하던 고3 시절. 일관되게 공부를 멀리하던 나는 힙합에 심취해 있었다(물론 지금도 힙합 리스너다).
주로 드렁큰타이거와 DJ DOC(!)를 듣다가 언더로 관심을 돌렸고 주석(Joosuc)을 접하게 되었다. 당시 주석은 언더그라운드의 제왕이었다. 그의 대표곡인 ‘4Life’는 1집뿐 아니라 전곡을 통틀어서도 최고라 생각한다.
주석의 유려한 가사와 웅장한 래핑이 돋보였던 곡에서 정작 귀에 꽂혔던 것은 간드러지는 보컬 피쳐링이었다. 그때 유리(Yuri)라는 이름을 알게 됐다. 소울 충만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꽤나 충격을 받았었다. 그리고 1집 ‘Just Like R&B’를 찾아 품에 안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1년 9월의 일이다.
대중에게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았지만 내게 유리는 특별했다. ‘R&B 천재소녀’가 나만의 것이라는 착각도 있었겠지만 성장기의 나이테를 함께 새겨온 애틋함이 더욱 컸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그녀의 음성에 그토록 떨렸나보다.
하고 싶던 말과 피쳐링을 부탁하려던 랩을 다 들려주진 못했지만 다음 기회를 고대한다. 되려 격려와 기도를 받게 되어 황송할 따름.
고마운 기회를 만들어준 나의 헤르메스, 조 대표님께 감사를 전한다. 돌이켜보면 유리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 대표와 인연이 시작되었으니 더욱 특별한 존재. 이따금씩 유리의 음악을 반복해서 듣곤 한다.
+ 1집 전곡에 유리의 손길이 닿은 만큼 특별한 앨범이라고 했다. 싸인 CD를 아끼려고 새로 앨범을 구입했다. 역시나 품절이라 일반적인 경로로 구입 불가. 다행히 포장도 뜯지 않은 새것 그대로의 앨범을 구할 수 있었다. 음악을 재생시키고 부클릿을 펼쳐 보는데 정말 고등학교 시절로 되돌아간 듯 한 착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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