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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짜3 원 아이드 잭이 준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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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컸던 까닭에 아쉬움도 컸다. 영화 타짜 시리즈의 팬인지라 <타짜: 원 아이드 잭>의 개봉 소식은 무척이나 반가웠다. 하지만 영화 관람 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전작과 비교할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타짜>(2006), <타짜: 신의 손>(2014)을 정말 수도 없이 다시 봤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밌으니까!

 

<타짜>는 두말할 필요 없이 많은 팬들이 인정하는 명작이다. 반면, <타짜: 신의 손>은 호불호가 갈리는데 개인적으로 <타짜> 못지않게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호평을 받은 전편과 달리 젊고 밝은 분위기로 영화를 잘 풀어냈다. 출연진의 연기도 훌륭했다. 특히, <타짜: 신의 손>의 남자주인공은 평소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영화에서는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고 본다.

 

<타짜: 원 아이드 잭>도 전작들과 같이 개성 있는 한판을 벌여주길 바랐다. 그러나 출연진부터 확신을 주지 못했고 결국 영화도 시리즈의 외전 수준에 머물렀다.

 

기존 타짜 시리즈의 화투가 아닌 포커로 종목을 전환하면서 화려한 손기술이나 입에 달라붙는 은어가 사라진 것이 재미를 반감했다는 평도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익숙한 재미가 덜해도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었기에 해볼법한 시도였다. 무엇보다 개봉 시점이 추석 직전이었는데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화투가 아닌 포커로 바꾼 타이밍은 정말 절묘했다.

 

문제는 출연진 구성에서 이미 전작에 밀렸다. 단지 배우의 연기력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의 구성을 포함해서 말이다. 각 편마다 단적으로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딱 봐도 <타짜: 원 아이드 잭>의 구성은 단조롭다.

 

 

<타짜>
고니(조승우)-고광렬(유해진)-평경장(백윤식)
화란(이수경)-정마담(김혜수)-빨찌산(김경익)
박무석(김상호)-곽철용(김응수)-용해(백도빈)-아귀(김윤석)

 

<타짜: 신의 손>
함대길(T.O.P)-허광철(김인원)-조화백(김원해)-뺀지(이준혁)-고광렬(유해진)
허미나(신세경)-우사장(이하늬)
꼬장(이경영)-서실장(오정세)-짜리(이동휘)-장동식(곽도원)-김군(조경현)-아귀(김윤석)-유령(고준)

 

<타짜: 원 아이드 잭>
도일출(박정민)-까치(이광수)-권원장(권해효)-애꾸(류승범)
영미(임지연)-마돈나(최유화)
물영감(우현)-조철봉(임현성)-마귀(윤제문)

 

타짜 시리즈의 이야기 전개는 주인공이 도박으로 재미를 보다가 크게 당한 뒤 멘토/동료를 만나서 악당에 복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뻔한 흐름이라고 해도 그 과정에서 현란한 도박과 화려한 도박꾼의 모습에서 재미를 느낀다. 또한, 주인공의 막판 복수극에서 통쾌함을 얻는다. 그 통쾌함이 크려면 주인공이 겪는 고난도 커야한다. 당연히 악당도 다양해야 한다.

 

<타짜>의 경우 초기 고니가 박무석에게 당한 뒤 중간대장 격인 곽철용을 상대한다. 그리고 끝판대장인 아귀와 결전을 벌인다. 더하여 정마담도 결국은 고니를 공격한다. 이때 곽철용에게는 용해, 정마담에게는 빨찌산 같은 무게감 있는 부하도 있다.

 

<타짜: 신의 손>의 역시 꼬장-서실장-짜리, 장동식-김군, 아귀-유령 같은 악역이 다채롭게 등장한다. 주인공이 난관을 어떻게 해쳐나갈지 궁금하게 만들 지경이다. 반면, <타짜: 원 아이드 잭>은 어떤가? 마귀-마돈나, 물영감이 전부다. 최소한 물영감의 부하(조철봉)라도 묵직한 감이 필요했다. 마귀는 이름 값에 비해 약했다. 게다가 그는 주인공을 처음 위기에 빠뜨리는 역할과 끝판대장을 겸했기에 다양한 악당의 등판을 가로막았다.

 

 

여자 주인공의 면면도 상대적으로 약했다. <타짜: 원 아이드 잭> 이전 작에서는 공통적으로 주인공이 매혹적인 여자 주인공에게 빠졌다가 진정한 연인을 찾는다. 하지만 도일출에게 그런 로맨스가 없었다. 통속적이지만 도박영화에서도 사랑은 빠질 수 없는 요소 아니던가. 어쨌거나 영미와 마돈나는 남자를 홀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나 마돈나는 치명적인 팜므파탈이어야 했다. 그래야 주인공을 유혹할 때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현실은? 직접 확인하시라..

 

역대 멘토에 비해서도 애꾸는 힘만 잔뜩 들어간 채 허무하게 퇴장했다. 전지전능한 '원 아이드 잭'과 겹쳐 보였기에 더 그렇게 느껴졌다. 결정적으로 주인공이 멋스럽지 않았다. 특유의 강렬한 눈빛 연기(와 욕 대사)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을 뿐이다. 뭐랄까 같은 남자라도 설레게 하는 멋과 인간적인 매력이 부족했다. 그래서인지 도일출의 결전과 복수에도 몰입할 수 없었다.

 

수많은 명대사를 만들어낸 타짜 시리즈지만 <타짜: 원 아이드 잭>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 한줄 없다는 사실이 어떤 영화인지를 말해준다. 보는 재미가 덜해서일까. 타짜 시리즈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주인공도 결국 도박꾼인데 그동안은 멋스럽게만 봐왔다. 타짜? 뭔가 대단한 일을 벌이는 듯해도 결국 도박 아니면 사기인 것을. <타짜: 원 아이드 잭>이 준 깨달음이다.

 

과연 타짜4가 나올까. 나온다 해도 기대할 수 있을까. 뭐, 어차피 또 호구 잡히듯 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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