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엇이든후기보세요 캠페인

2005년 제11회 전국대학생 모의유엔(UN)회의 - 최우수상(외교통상부장관상) 후기

728x90
반응형



예전 자료를 찾아보다가 싸이월드에 남겨둔 소중한 추억이자 기록을 꺼내본다. 


지난 2005년 제11회 전국대학생 모의유엔(UN)회의 최우수상(외교통상부장관상) 수상은 20대에 가장 빛났던 순간 중 하나다. 


검색해보니까 지난 6월까지 제22회 전국대학생 모의유엔(UN)회의가 열렸다. 혹시나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참고하면 좋을듯하여 수상 후기를 남긴다.




• 대회 : 2005년 제11회 전국대학생 모의유엔(UN)회의

• 주제 : 3위원회 - 부패퇴치, UN반부패 협약의 이행

• 일자 : 2005년 6월 26~29일 

• 장소 : 강남대학교

• 주최 : 유엔한국협회

• 후원 : 외교통상부





<첫째날> - 6월 26일


우리 중국대표단(창원대 철학과 윤거일, 강예성)은 국가별 협의체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었다. 본 대회 전 진행된 비공식회의에 본의 아니게 참석하지 못하면서 신비주의 전략이라는 낙인이 찍혀 외톨이 대표단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각 학교 대표단은 보통 대회 기간 전부터 모임을 갖고 얼굴을 익히며 의견을 조율하는데 대부분 수도권에서 모여서 참석이 어려웠다.)


대회 첫날 개회식을 마치고 모두 빠져나간 텅 빈 행사장에서 파트너인 예성형과 나는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주고 받아야했다. 벌써 몸과 마음이 지치는 기분이었다.

 

모든 참가자들이 숙소에 짐을 풀기 바쁘게 비공식회의를 진행하느라 분주했지만 우리는 준비한 자료를 서로 검토하며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둘째날> - 6월 27일


'부패퇴치-UN반부패 협약의 이행'을 위한 제 3위원회의 공식적인 회의가 시작되었다. 45개국(3위원회는 45개 대학팀 참가)이나 되는 전체 대표단의 기조연설 후 이어진 최초의 발언은 우리 중국대표단에서 시작되었다. 긴장을 풀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과감한 시도였다.

 

이후 나의 적극적인 발언이 계속 되었다. 그러나 한 학기동안 계속되었던 대회 준비로 본회의 시작 전부터 지쳐있던 심신은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몸살이 난 것이다. 둘째날의 남은 일정은 별다른 활약 없이 겨우겨우 버치는 수밖에 없었다.


 

<셋째날> - 6월 28일


전날 밤, 극적으로 함께 힘을 합칠 협의체에 가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늦게 가입한 탓에 이미 협의체 내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게다가 우리 중국대표단에서 주도적으로 공식 및 비공식 회의에 나섰던 내가 슬럼프에 빠지면서 큰 고비를 맞이하게 되었다.


결국, 둘째날부터 침체된 나를 제어하지 못하면서 우리 대표단은 소속 협의체와 다른 협의체에 끌려가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UN반부패 협약을 모든 국가에 ‘일괄적용 하느냐, 차등적용 하느냐’가 핵심적인 쟁점으로 부상했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하고 지루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었다.


소위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협의체는 개발도상국보다 부패지수를 기준으로 유리한 입장이기에 UN반부패 협약의 일괄적용을 원했다. 반면, 개도국은 국가별 차등적용을 강력 주장했다.

 

그때 우리 대표단은 '민간부문에 있어 교육, 캠페인 등의 일괄적용 우선 시행'이라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계에 있는 중국의 입장을 잘 대변하는 절묘한 제안이었던 것이다.


파트너인 예성형이 열심히 발언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다시 적극적으로 우리 협의체와 다른 협의체 소속 국가의 지지를 확보해 나가기 시작했고, 정책시행 및 기여금 납부 등 일괄적인 협약 이행이 어려운 개도국 대표단에서 서서히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도 한 우리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선진국에 맞서 개도국 연합의 연속 발언이 이어졌고, 지지발언도 계속 되었다. 그렇게 치열한 공방을 거치면서 서로의 절충된 안을 도출하기 위한 마지막 밤은 깊어졌다.


5차까지 이어진 모든 공식회의 일정이 끝났지만 최종 결의안 도출을 위한 각 협의체 대표국 간의 개별 비공식회의가 계속 되었다. 다른 위원회에서는 결의안을 도출하면서 모든 회의를 마무리 짓고 즐거운 뒤풀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기진맥진한 우리 3위원회 대표들도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회의장에서나마 무거운 발언이 아닌 즐거운 사담을 나누었고 무사히 결의안이 도출되길 기다렸다. 우리 중국대표단도 수상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이 긴장을 풀고 짧게나마 즐겼다. 사실 최종 결의안을 도출하던 소수의 협의체 대표국에서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새벽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겨우 결의안이 마무리되었고, 날이 밝을 때까지 짧은 술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30분 정도 잠이 들었을 때 모든 대회일정은 끝나가고 있었다.


 

<마지막날> - 6월 29일


누군가 나를 깨웠다. 예성형이었다. 웬일일까? 식장에 나갈 채비를 먼저 끝내고 나를 깨우기는 대회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마지막 날도 첫날처럼 비가 오고 있었다. 술이 덜 깬 데에다가 잠을 못자서 눈은 충혈 되어 있었고, 긴장이 풀려서인지 몸살 기운을 더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형은 예감이 좋단다. 그래서 먼저 폐회식장에 가있을 테니 얼른 오라며 식장으로 향했다.

 

나는 늦장을 부리며 나갈 채비를 했다. 어차피 끝났는데 뭐. 이왕 늦은 거 숙소 전산실에서 1학기 성적확인도 하고. 그런데 성적을 확인하는 동시에 잠이 확 깼다. 학점이 생각보다 좋아서. 이때부터 기분이 좋았다.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시상식장에서.


식장에 앉아 있던 우리 중국대표단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처음 느껴보는 짜릿함을 경험했다. 소름, 전율 그런 짜릿함.


대회 직전 2주간 하루 4시간씩 자면서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하길 반복했다. 대회 3박 4일 동안은 하루 2시간여 자면서 우리의 입장을 다른 대표단에 알리고 또 알리고 설득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런 노력에 대한 보상인걸까. 최우수상(외교통상부장관상)을 받다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1등을 해봤다. 그것도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유명 대학팀들을 제치고.  


마침내 우리는 약한 마음을 열정으로, 텅빈 무대를 가능성으로 채워 넣었던 것이다.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지만 가장 먼저 나와 함께해준 예성형과 기쁨을 나눴다.






제11회 전국대학생모의유엔(UN)회의 외교통상부장관상 부상 - UN ESCAP 견학 후기

http://lab912.tistory.com/419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