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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진남자 프로젝트

창원 서상동 한정식 ‘마련그림’ 법성포 보리굴비 한상으로 입맛을 되찾다 [먹진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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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더워진데다 장마가 끼어서 그런지 몸이 처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기분이다. 유난히 일이 풀리지 않는 날도 겹쳐서 절대 변함없던 입맛이 잠시 꺾인 참에 새로 생긴 한정식집을 찾았다.

 

이날은 부모님이 맛집이라고 안내를 해주셨다. 보리굴비가 주 요리라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생선요리보다 육고기를 선호하는 편이라 묵은지삼겹찜 2인분과 보리굴비 2인분 한상으로 섞어서 주문했다.

 

 

"매너가 한식의 세계화를 만듭니다."

 

 

법성포 보리굴비 한상은 1인 2만원, 국내산 묵은지삼겹찜 한상은 1인 18,000원. 장어코다리 한상은 이미 완판되어 다음을 기약.

 

 

차림표를 보니까 상호가 입에 잘 달라붙는 편은 아닌데 독특한 느낌이 있었다.

 

‘마련그림’이라..순 우리말로 ‘설계도’라는 뜻이란다.

 

음식 기다리면서 식당 내부를 슬쩍 보니까 한쪽 편에 설치되어 있는 TV에 주요 음식과 함께 브랜드, 쉐프에 대한 소개 영상을 계속 틀어줬다. 그래서 상차림을 설계하고 전문영양사 및 전문메뉴개발팀을 꾸려서 운영한다는 글귀에 믿음이 갔다.

 

또 체인점을 내지 않겠다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육, 튀김 2종, 특수작물찬, 플레이팅 5찬, 국(미역국)이 나왔다. 버리는 반찬이 너무 많은 한정식집은 싫어하는데 여긴 딱 알맞은 종류와 양이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반찬.

 

 

왠지 많이 먹어도 건강해질 것 같은 반찬이다. 노란 파프리카는 불고기로 속을 채워서 은근히 맛있었다. 역시 고기파.

 

 

여기 수육과 보쌈김치가 기대 이상으로 맛있다. 보쌈 한상도 만들어달라!

 

 

개인적으로 수육이랑 가지튀김, 샐러드가 가장 좋았는데 다양한 입맛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구성이었다.

 

 

처음 경험한 참외 깍두기. 참외 껍질 아니었으면 모르고 넘어 갔을 듯하다. 보기와 달리 맵거나 짜지 않고 깔금한 맛이 독특했다.

 

 

참외 깍두기를 비롯해 탕평채 등 전반적으로 간이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았고 좋은 식재료를 쓰는 느낌을 받았다.

 

부모님의 영향 때문인지 나도 심심하게 먹는 걸 좋아하는데 딱 적당한 맛이라고 입을 모았다. 먹으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더 맛있게 먹은 듯하다.

 

 

이것저것 먹다보니까 주 요리인 보리굴비와 묵은지삼겹찜, 솥밥이 나왔다.

 

사실 이 시점부터 배가 어느 찼기 때문에 속도 조절을 잘해야 주 요리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보리굴비를 많이 드시지 못했다. 배불러서!

 

 

일단 내 젓가락은 보리굴비보다 묵은지삼겹찜으로 먼저 향했다.

 

직원분이 묵은지와 삼겹살을 우리가 보는 앞에서 먹기 좋게 잘라줘서 편했다. 두부, 감자도 곁들여서 입에 넣어보니 달짝지근한 부분도 있었다.

 

맛은 있는데 개인 취향 기준으로 조금 더 뜨거웠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더운 날씨와 따뜻한 솥밥을 감안하면 딱 적당한 온도였지만 워낙 뜨거운 요리를 좋아하는 까닭이다. 이건 입맛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도 보리굴비 전문점이라는데 맛은 봐야하지 않겠는가? 흰살 생선회는 좋아하지만 다른 생선요리를 선호하지 않는데 큰 이유 중 한 가지는 생선뼈가 싫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보리굴비의 경우 일단 큰 뼈가 발라져 있고 잔뼈는 씹었을 때 거부감이 없었고 고소한 맛이 있었다.

 

예전에 고갈비를 먹었을 때 감탄한 적이 있는데 정말 갈비를 씹는 듯한 식감과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리굴비도 흐물흐물하지 않고 딱 적당히 씹는 맛과 짭짤함이 입맛을 돋웠다. 

 

보리굴비라는 명칭의 유래는 냉장고가 없던 옛날에 굴비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천일염으로 염장한 뒤 해풍에 말려 항아리에 담고 보리를 채워 숙성시킨 것이라고 한다. 보리가 굴비의 습기와 기름을 빼가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인지 비린내가 없고 보리굴비를 고추장양념에 찍어먹으면 또 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얼죽아'가 있다면 '더죽솥'도 있다. 아무리 더워도 솥밥을 먹어줘야지. 밥은 덜어내고 따끈한 물 부어뒀다가 숭늉까지 먹으면 정말 제대로 한끼 먹은 기분이 든다.

 

 

보리굴비는 냉녹차 물에 말아먹으면 또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으니 시도해보자. 특히나 더위에 입맛을 잃은 분이라면 분명 좋은 자극을 받게 될 것이다.

 

 

방이 따로 있는 한정식집은 아니지만 가격 대비 양질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손님과 식사하기에 딱 적당하다.

 

여럿이 이용한다면 묵은지삼겹찜과 보리굴비를 섞어서 먹겠지만 꼭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보리굴비 쪽으로 가겠다. 묵은지삼겹찜도 맛있지만 수육이 나오고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게도 보리굴비가 더 잘 맞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영광굴비가 귀하기도 하고.

 

 

영광굴비야 워낙 유명한데 마련그림은 영광군 법성포에서 보리굴비를 직접 공수하고 있었다. 거래하고 있는 굴비덕장의 모습과 마련그림 오너 및 쉐프들의 약력 등은 입구 쪽 벽면에서 살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무료 부채는 덤.

 

젊은 맛과 감각이 돋보이는 한정식집, 마련그림을 알게 되어 기쁘다. 부모님, 잘 먹었습니다!


 

글/사진=먹진남자 lab912@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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